2009년 8월 25일 화요일

무지개 여신(2006, Rainbow Song), 러브레터에 이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순애보

때때로 누군가 사랑이 뭐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는 곧 잘 사랑은 사랑이지- 라고 대답한다.

정의내리고 구분짓기에는 너무나 많은 형태와 무게로 곳곳에 널려있는게 사랑이므로,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게 전부다.

 

짝사랑도 사랑이고 극단적으로 격렬한 사랑도 사랑이다.

이해할 수는 없을 지언정 사랑에는 틀린 것이 없다.

 

<무지개 여신>은 참 젊은 영화다.

투명하고 건강한 사랑을 영화 전체가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키시다는 요령없지만 눈이 부시고, 아오이는 수줍지만 따뜻하다.

아오이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는 키시다가 언듯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바로 <무지개 여신>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 스포일러 있습니다.

 

 

인연이 닿기는 닿았는데 그 형성 된 관계에 뭐 하나 정확하게 찍어주고 가지를 않는다.

친구라기에는 거리감이 있고, 그냥 아는 사이라고 하기에는 또 가깝다.

 

아오이가 키시다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등을 떠밀어 주기나 하고, 러브레터를 대신 써주는 등.. 소극적이다.

답답하고 안쓰럽고 바보같다.

키시다는 취한 기운의 농담으로 상처가 될 말이나 내뱉는다.

(언뜻 보기에 잘 반하고, 잘 차이는 가벼운 남자로 보이기도 한다.)

훗날을 생각해봐도- 자신의 꿈에 열정적인 아오이와 목표 없어 보이는 키시다는 차이가 난다.
이 모자란 남자의 어디가 어떻게 좋은거야! 하고 솔직히 아오이가 아깝네~ 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불확실한 관계.

일방적인 마음.

 

영화 속에서 우리가 본 그 "이상한 무지개" 가 떠오른다.

뭐 저래? 이상하다.

아니, 그런데 사실은 예쁘다.

따뜻하고 또 곱다.

 

 

영화는 이야기 내내 아오이의 마음을 그 예쁜 화면에 옮겨 담았다.

키시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단지 마지막의 마지막에 깨달을 뿐.

하얀 금붕어를 잡고 싶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 그러지 못한 카나 처럼,

키시다 역시 눈치채지 못한 아오이의 마음을 껴안아 줄 수 없다.

 

이 안타까운 마음의 절정은 역시 <무지개 여신 - 지구 최후의 날>

 

"끝난 것은 나 혼자였다."

 

이 의미심장한 한 마디가 마음을 절절하게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시작해서 혼자 끌어안고 있었으므로

혼자 끝나버린 것이 당연하다는 냉정한 생각도 든다.

 

키시다가 아오이의 마음을 눈치 챘건, 채지 못했건간에

선택권이 없었음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배터리가 없어 꺼져버린 핸드폰이 정말 "끝났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

마지막 장면이 묘하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만들어 봤던 1人 으로써 <무지개 여신> 속의 장치들은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학생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 구하기가 힘들어 어른의 역할을 곧 잘 주변인에게

부탁하고는 했는데, 정말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동기들이

나이 먹은 아저씨/아주머니를 연기한다던가.

내가 다녔던 학교는 필름 지원이 되었기 때문에 필름값 걱정은 하지 않았었지만,

촬영 때문에 1만엔에 흔들렸던 아오이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물론, 그녀 만큼의 뜨거운 열정이 없었던 것이 그 시절 최고의 후회스러움으로 남았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냥 영화를 보는 내내 아오이의 마음이 나에게도 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영화 리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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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여신을 보는 내내 잔잔한 마음이 들었고,

아오이의 속앓이가 내게도 전해져 올땐 정말 울컥했다.

아오이의 첫, 그리고 마지막 영화..

The end of the world를 볼 때는, 정말이지.. 뭉클했다.

 

키시다와 아오이가 이뤄졌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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