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5일 금요일

여운이 남는 영화, <레옹>

 

뤽 베송(Luc Besson)의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다지 예술성 깊은 영화라는 느낌도 들지 않고, 그렇다고 절묘한 스토리 라인이나 반전이 있는 영화도 아닌 것 같은데, 재미는 있으면서 또 동시에 싸구려라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1994년 개봉된 영화 레옹은 그의 영화 중에서는 가장 상업성이 있는 영화로서 비교적 국내 팬들에게도 좋은 호응을 얻은바 있는데 이번에 국내 개봉시 포함되지 않았던 20여분의 장면이 복원된 언컷 버전이 새로 출시되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고독한 킬러와 12살 소녀의 애절한(?) 사랑과 죽음의 이야기... 레옹을 간략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 레옹(장 르노)의 직업은 킬러입니다. 그가 보여주는 킬러로써의 솜씨는 과히 환상적이어서 대항하는 무리들은 그의 움직임을 눈치 챌 수 없고 그에게 총을 겨눌 시간도 갖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감정도 없이 상대를 살해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그가 가지고 있는 한가지 원칙은 "여자와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No Women, No Kids)"이니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멋있는(cool) 프로페셔널 킬러 그 자체입니다. (그레서인지 미국에서는 영화제목이 『The Professional』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한가지 약점을 지니고 있었으니 그는 너무나도 고독하고 순수한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그의 유일한 친구인 화분 속의 화초는 말이 없고, 대지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측면에서의 그의 고독을 대변하며 바람에 흩날리는 화초라는 면에서 너무나도 약한 레옹의 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그가 12살짜리 소녀 마틸다(나탈리 포트만)를 만나면서 레옹의 환경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레옹과 마틸다는 감독이 만들어 낸 전형적이고 작위적인 인물들입니다. 마음속 깊숙이 외로움과 유약함을 지니고 있는 냉혹한 킬러라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설정과 그의 닫힌 마음을 여는 어리고 착한 불량소녀의 이미지는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인간관계의 조합입니다.

이런 설정 속에서 대립관계의 한쪽 끝에 악의 상징으로서 부패한 마약감독 공무원 스텐필드(게리 올드만)를 마틸다의 복수 대상으로 놓음으로써 관객들은 곧 레옹과 스텐필드의 대결이 이루질 것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기존에 국내 개봉작과 비디오 출시작에서는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제외된 체 시중에 나온 바 있습니다. 이번 언컷 버전에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의 설정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레옹이 마틸다를 데리고 실습을 하는 장면들입니다. 기존 개봉작에서 레옹은 마틸다에게 건물 옥상에서 간단한 훈련을 시키는 장면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판에서는 레옹이 마틸다를 직접 데리고 다양한 실습을 하는 장면을 삽입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레옹이 스텐필드에게 수류탄의 안전핀을 쥐어 주며 "마틸다의 선물(this is from Mathilda)"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만, 이 추가된 씬에서는 링 트릭(ring trick)이라는 설정으로 그 마지막 장면의 복선이 보여집니다.

 

다른 하나는 레옹과 마틸다의 베드신입니다. 물론 둘간의 베드신은 진짜 침대 위에서 찍었다는 면에서의 베드신이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그런 장면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를 담고 있는데 마틸다가 레옹을 남자로 사랑했다는 것과 레옹 역시 마찬가지로 마틸다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알게 됩니다. 특히 레옹이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뉴욕으로 건너와 19살의 나이에 킬러가 되는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우유만 마시고 의자에 않자 잠을 자는 킬러로서의 그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의 후반부 레옹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총격전에서 아파트 환기구로 마틸다를 떠나 보내며 레옹과 마틸다 주고받는 말들은 두 사람의 베드신이 빠지고서는 온전하게 설명이 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세 인물의 연기는 매우 훌륭합니다.

장 르노는 킬러의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하는 복장상태로 관객의 혼을 빼놓을 만한 솜씨를 보여주다가도 어느덧 약간은 멍청한 모습으로 그의 유약한 심리상태를 표현해 냅니다. 나탈리 포트만 역시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레옹에게 다가가는 어린 여인의 심리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극의 긴장도를 늦추지 않습니다. 게다가 게리 올드만의 악역에 대한 소화력은 너무나 탁월해서 악역 전문배우로서의 그의 배우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 주고 잇는 것이 아닌가 나름대로 판단해 봅니다.

 

뤽 베송의 『레옹』은 어느 면으로 보나 작위적인 인물 및 배경설정을 통해 극을 이끌어 나가는 화끈한 액션 영화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의 겉모습일 뿐 실제로는 레옹과 마틸다가 보여주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레옹에게 마틸다를 만나기 이전의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듯이 이 두사람의 관계에 대한 유려한 전개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비현실적 액션 영화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습니다.


뤽 베송의 작품 중 시청한 영화로는 본 작품을 비롯해서 『그랑블루(The Big Blue, Le Grand Bleu)』(1988), 『니키타(Nikita)』(1990), 『제5원소(The Fifth Element)』(1997) 등인데 그의 작품들은 시각적으로 매우 화려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이용해 대화면에서 시청한다면 감동의 깊이가 가장 많이 증폭될 수 있는 감독이 바로 뤽 베송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최근의 작품들은 그다지 감동의 깊이가 느껴지기 힘든 작품들이라는 것이 다소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 HifiClub에서 가져왔습니다.

 

댓글 3개:

  1. @윤지훈 - 2009/09/25 04:31
    뤽 베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퀵...아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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